용산 해방촌 카페 '퍼머넌트해비탯' _ 밤조림이 맛있어요!

오늘은 쉬는 날! 코로나 19 바이러스 유행에도 불구하고 수고하는 직원들을 위해 회사에서 위로 휴가를 주었다. 갑자기 쉬게 되어 아무 계획 없는 하루였다. 집에만 있기 심심해서 산책 나갔다가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해방촌 카페 '퍼머넌트해비탯'이 떠올라서 다녀왔다.

해방촌은 가파른 언덕이 많은 동네라 가는 동안 지쳐 버렸다. 나는 '퍼머넌트해비탯'이 우리 집에서 가까운 편이라 걸어갔지만 웬만하면 버스 타고 가시길... 걸어 올라가기 너무 힘들다. 그리고 자차는 가져가도 세워둘 곳이 마땅치 않음.

해방촌 카페 '퍼머넌트해비탯'

카카오 맵을 보고 찾아갔는데 간판이 없어서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그냥 지나쳤다가 지도 보고 다시 돌아옴. 

해방촌 카페 '퍼머넌트해비탯'

생각보다 매우 작은 카페였다. 매장에 세 팀 정도 수용 가능한 규모임. 인테리어는 심플 그 자체였다. 가구는 우드 계열로 통일감이 있었고, 벽과 포인트 몇 개는 화이트였다. 매장이 작다 보니 커피 머신이 1구짜리였다. 하얀색에 사이즈도 아담하고 예뻐서 매우 탐났다.

평일 낮시간에 방문해서 그런지 매장에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짐 놓고 바로 주문을 했다.

퍼머넌트해비탯 메뉴판

#퍼머넌트해비탯 #해방촌퍼머넌트해비탯 #보늬밤조림

시원한 라떼와 퍼머넌트해비탯의 시그니처 메뉴인 보늬밤조림을 주문했다. 밤조림은 매일 오후 1시에 나온다고 한다. 어쩌면 오늘 내가 밤조림 개시 손님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주문 후 바로 화장실을 갔는데 뒷문으로 나가면 있다. 해방촌에는 오래된 구옥들이 많은데 퍼머넌트해비탯도 구옥을 리모델링한 것 같았다. 화장실에 세면대가 없어서 난감했는데 자세히 보니 무릎(?) 정도 높이에 수도꼭지가 하나 있었다. 쭈그리고 앉아서 손 닦음.ㅋㅋㅋ

퍼머넌트해비탯 추천 메뉴

카페로 돌아와 손 소독 젤 바르고 자리에 앉으니 사장님께서 커피와 밤조림을 자리로 가져다주셨다. 어찌나 정갈한지 마음을 홀랑 빼앗겼다.

퍼머넌트해비탯 _카페라떼

층이 예쁘게 진 시원한 카페라떼가 나왔다. 위에 크레마가 예술임! 우유랑 에스프레소를 잘 섞은 뒤 한 모금 마셨다. 고소하고 시원한 라떼가 기분좋게 식도를 타고 넘어갔다. 정말 맛있었다. 걸어오느라 더워서 아이스로 시켰는데 뜨거운 라떼 맛도 궁금하다. 커피는 뜨겁게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1인임.

퍼머넌트해비탯 _ 보늬밤조림

매우 기대가 되었던 보늬밤조림은 투명한 용기에 4알이 담겨 나왔다. '보늬'란 밤이나 도토리 따위의 속껍질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보늬가 사람 이름인 줄ㅋㅋㅋ. 밤 위에 얹어진 노란 것은 레몬 제스트(레몬 껍질을 얇게 자른 것)이다. 저 작은 게 입 안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뽐어낸다. 달달한 밤과 레몬 제스트는 찰떡 조합임...! 정말 잘 어울리고 맛있었다. 고소한 라떼와 먹으니 그냥 세트였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주인공 혜원이 밤조림 만들 때 딱딱한 겉껍질만 까고 속껍질을 벗기지 않는 걸 보고 쓰거나 식감이 별로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물감 없고 매우 맛있어서 감탄하면서 먹었다. 원래도 밤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맛있게 졸이면 한 번에 10알도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보늬밤조림 맛집

#보늬밤조림 #밤조림맛집

포크도 어쩜 저렇게 귀여운 걸로 준비해두셨는지 센스에 놀랐다. 여기 친한 사람들 데리고 또 가야겠다. 이미 SNS에 유명한 카페지만 여기 보늬밤조림 모르는 사람 없게 해 주세요!!! 아, 그리고 여기 사장님이 남자분인 게 의외였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떠올려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남자 사장님이 아기자기하게 밤 조림 만드시는 모습 생각하니 의외였다. 그리고 사장님 매우 친절하셔서 좋았다. 집에서 카페까지 걸어갔더니 더웠는데 에어컨 틀어주시고, 또 금세 추워져서 겉옷 입으니까 온도 조절해주셨다. 그리고 '커피 더 드릴까요?' 하며 먼저 물어봐주심. 지나치지 않은 친절과 센스가 눈부셨다 아주... 사장님 번창하세요. 

해당 블로그의 모든 글과 사진의 무단 도용을 금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