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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일상 (잡동사니)

유방암 2기 진단 수술 항암 치료 기록

by 모모몬 2023.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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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기록해 보는 엄마의 유방암 2기 투병 이야기. 이 글이 유방암을 진단받은 사람과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유방암 2기 치료 기록

1. 유방암 진단

작년 11월 23일 수요일 저녁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쉬고 있는데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 건강검진 했는데 유방 쪽에 혹이 발견돼서 큰 병원에 가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11월 26일 토요일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암센터 진료를 잡아놨다고 했다. 항상 건강하고 바른생활하는 우리 엄마에게 암이라니...  너무 뜬금없고 당황스러웠다.
11월 26일 오전 9시에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암센터에 도착했다. 대학병원도 토요일 진료를 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엄마는 외과 H교수님으로 예약되어 있었다. 처음 대학병원을 방문하는 것이라 접수하는 것부터 헤맸다. 미리 도착했기에 조금 헤매더라도 진료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신분증, 소견서, CD 등 제출하고 진료실 앞에서 조금 기다렸다.
진료실에 들어가는데 환자도 아닌 내가 더 떨렸다. 제출한 CD 사진을 보시더니 사이즈는 작지만 모양이 안 좋다고 말씀하시며 조직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혹이 있다고 다 조직 검사를 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는데 우리 엄마는 혹 모양이 메타몽 모양이어서 바로 조직 검사를 해보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별처럼 뽀족한 모양이 안  좋은 모양이라고 한다.) 조직 검사를 당일 날 할 수 없었다. 차주 월요일 예약을 잡고 병원을 나왔다.
월요일 재방문시 조직 검사를 했는데 유방 부분 마취 후 조직을 채취하였고 10일 정도 후 결과가 나왔다. 결과 들으러 예약을 잡고 다시 방문했다.

결과는 유방암이 맞았다. 시간 끌 것 없이 바로 수술을 권하셨다.  12월 중순 경 조직 검사 결과를 들었다. 가장 빠르게 12월 마지막 주에 수술 스케줄을 잡을 수 있다고 안내해 주셨다. 집에 와서 가족들과 상의 후 수술 일정 고민하는 사이 12월 수술 예약이 꽉 차 버려서 올해 1월 첫 주에 유방암 수술 예약을 잡게 되었다. 유방암 몇 기인지는 수술 후 알 수 있다고 하셨고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 필요 여부도 수술을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하셨다.

2. 유방암 수술

유방암 수술 예약하면 예약 안내 문자를 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입원 전 PCR검사는 필수이다. 수술 전 2일 이내 검사를 받아야 하고 음성 판정 확인이 가능한 서류나 문자를 갖춰야 한다. 수술의 경우 상주 보호자로 1명만 입실이 가능하다. 보호자도 역시 PCR검사를 해야 한다. 무증상자 PCR 검사는 현재 거의 유료이기 때문에 환자의 경우에는 입원 안내 문자를 보여주면 보건소나 선별 진료소에서 무료로 검사가 가능하다. 상주 보호자의 경우도 환자와 동행해서 PCR검사를 하거나 따로 하는 경우에는 검사 의뢰서를 제출하면 된다. 나는 서울역 선별진료소에서 PCR검사를 했는데 (엄마와 따로 살아서 같이 PCR검사를 하러 가기 어려운 상황) 엄마의 입원 예약 문자만으로도 PCR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엄마는 수술 전날 혼자 입원을 했다. 오후 4시경 입실해서 CT촬영, 폐기능 검사 등 을 했다. 그리고 나는 수술 당일 상주 보호자로 입실했다. 보호자의 경우 접수처 옆에서 상주보호자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PCR검사 결과 문자를 보여주면 손목에 출입증을 채워주신다.

수술은 오후 3시로 예정되어 있었다. 전날 저녁 식사 후 쭉 금식을 해야 했다. 물도 먹을 수 없다. 엄마는 수액을 맞고 있어서 그런지 배고프지 않다고 했다.

엄마는 침대에 실려 7층 수술실로 이동했다. 수술실 앞까지 따라갈 수 있었다. 수술 및 회복까지 2시간30분 정도 소요되었다. 수술 직후 엄마는 아픈 것보다 목마름이 더 힘들다며 물을 찾으셨다. 수술 후 바로 먹을 수 있어서 물을 엄청 많이 마셨다. 조금 쉬니까 저녁 식사도 나와서 죽도 드셨다.

죽은 맛없어 보였지만 엄마가 한 그릇 뚝딱 다 먹었다. 수술 후 피주머니를 달고 와서 왼쪽 팔을 움직이시는 걸 어려워하셨다. 하지만 또 그것도 금방 적응하셨다. 그리고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압박(?) 브라 같은 걸 입혀주셨다. 그거 입을 때 수술 부위가 모아져서 아파하셨지만 자크를 올리고 나니 잘 고정돼서 그때부터는 불편해하지 않으셨다. 엄마는 저녁 드시고 바로 단잠을 주무셨다.
우리 엄마는 수술 후 잠도 잘 주무시고 잘 드셨다. 그리고 누구보다 빨리 회복하시는 게 보였다. 엄마는 암 사이즈가 작고 전이가 안돼서 부분 절제로 수술을 했다. 수술 결과도 좋았고 열심히 걷기 운동도 하셔서 더 빨리 좋아지신 것 같다. 10일 만에 퇴원하셨다.

3. 유방암 항암 치료

유방암 수술 퇴원 후 1주일 후 다시 외래 진료를 받으러 갔다. 수술이 잘됐나 확인하고 암 몇 기인지 듣고, 추후 치료에 대한 상담을 하기 위해서였다. 유방암 제거 수술은 매우 잘 됐고 상처 부위도 잘 아물었다.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일하는데도 지장 없으셨고 컨디션도 좋으셨다. 암은 2기로 진단받으셨다. 수술 전에는 암 크기를 1.6cm로 예상했는데 수술할 때 보니까 2cm 정도로 2기에 해당한다고 하셨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전이 없어서 암만 깔끔하게 잘 도려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부분이 불행 중 다행... 추후 치료는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셨다. 항암 치료는 종합혈액내과에서 한다. 그곳에 예약을 해주셨고 추후 방문 시 항암치료 4회로 결정이 났다. 항암치료 입원 시에는 보호자를 동반할 수 없었다. 그래서 대신 간호사선생님들께서 도움을 많이 주신다고 했다.

항암 치료 1차 때는 4일 입원했다. 항암약을 넣을 관을 뚫어야 해서 하루 더 입원했다. 항암 치료가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걱정을 했는데 우리 엄마는 참 잘 이겨내셨다.

항암치료 시작하기 전에는 항암약 투약 시 치료실(?) 같은 곳에 가서 본격적으로 뭔가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냥 병실에서 수액 맞던 식으로 그냥 투약을 해서 생각했던 것보다는 마음이 놓였다. 간호사 선생님이 수시로 와서 봐주시긴 하는데 항암주사 맞으면서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갈 수 있고 생각보다 자유로웠다. 사람마다 항암약 맞을 때 각종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했지만 엄마는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투약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다행이었다. 퇴원할 때까지도 씩씩했던 우리 엄마. 하지만 퇴원 후 집에서 일상생활하면서 입맛이 많이 떨어졌다. 그리고 탈모도 시작됐다. 1차 투약 후 2주 후부터 급격하게 빠지기 시작했다. 대체로 부작용이 적은 편이어서 엄마가 잘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탈모는 진짜 타격이 컸다. 멘탈 강한 우리 엄마도 조금 우울해하시는 모습이 보여서 많이 속상했다.

우리 엄마는 건강 상태가 양호해서 1차 항암부터 센 걸로 시작해서 바로 머리가 빠질 거라곤 미리 안내를 받았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완전 탈모될 거라고 하셔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이건 진짜 너무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다. 항암치료 끝나면 머리카락이 새로 자랄 거라고 하셨지만 위로가 하나도 안된다. 요즘 엄마는 모자 쇼핑을 많이 하신다.


4. 유방암 2기 환자 보호자의 마음...

엄마가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처음에 진짜 믿기지 않았다. 엄마는 항상 건강하고 유전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는 증상이 있어서 발견된 케이스가 아니고 건강검진으로 발견하게 되었다. 유방암 진단받고 당장 엄마가 죽게 될 것 같은 공포감을 느꼈지만 의사 선생님도 그렇고, 인터넷에 찾아봐도 유방암은 수술하면 예후가 좋고 생존율도 높다. 너무 겁먹을 거 없고 환자의 곁을 잘 지켜주며 힘을 낼 수 있게 케어해 주는 게 최고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울고 불고 난리 쳐 엄마가 오히려 괜찮다고, 유방암 아무것도 아니라고 위로해 줬다. 엄마는 강했고 암과 잘 싸워내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자주 연락하고 찾아뵙고 긍정적인 생각이 필요한 것 같다. 아직 항암치료도 끝나지 않았고 치료 후 또 재발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지만 나쁜 암새끼 이겨낼 수 있다!!!
그리고 암 수술이라고 해서 큰돈이 들어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암환자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제도가 잘 되어 있더라. 암 진단받고 '중증환자'등록돼서 자기 부담금이 엄청 내려갔다. 그리고 암보험, 실비 보험도 있다면 사실 큰 부담이 되진 않는다.
엄마가 치료 잘 받고 건강함을 되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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