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저자 : 기시미 이치로
출판사 : 인플루엔셜
내 나이가 벌써 서른이 다 되어간다.
내가 나이 먹는 것과 비례하게 당연히 엄마, 아빠도 벌써 환갑을 넘기는 나이가 되었다.
나는 여전히 스무 살 철부지 막내딸 그 상태(정신상태가...)인데
부모님은 한살 한 살 나이 들어가고 계시다.
부모님의 노화를 처음 눈치챈 것이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간다.
내가 부모님의 노화중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바로 노안이었다.
성경책의 작은 글씨, 휴대폰의 문자 내용들이 보이지 않아 불편해하시기 시작했다.
오십 평생 안경 한번 써본 적 없는 부모님과 안경을 맞추러 안경원에 갔는데
어색한 듯 안경을 써보는 부모님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노안을 시작으로 엄마는 폐경이 시작되었다.
사실 우리 엄마의 폐경은 다른 아줌마들과 다르게 아주 조용히 지나갔다.
엄마는 그저 '생리 안 하니까 너무 편하다'라는 말로 본인의 폐경을 알렸을 뿐이었다.
분명 우리 엄마도 폐경과 함께 갱년기과 왔을 텐데 그 흔한 두통, 짜증, 화, 심리 변화를 한 번도 티 내지 않으셨다.
나는 그 때 어리기도 했고, 아니 엄마에게 조금 무심했다고 볼 수 도 있겠다.
그렇게 엄마의 힘든 시기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지금의 나라면 비타민이라도 선물하고 드라이브라도 다니며 시간을 많이 같이 보냈을 텐데...
하나밖에 없는 딸이 엄마에게 너무 무심했던 것 같아 속상하다.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를 읽고 진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에는 '나이 든 부모'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정확하게는 '나이 들고 아픈 부모'를 말하는 것이었다.
늙어도 얼마든지 건강할 수 있다.
정신이 건강하고 혼자서 밥도 먹고 산책도 갈 수 있다면 나이는 들었지만 얼마든지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치매가 오거나 중풍으로 쓰러져서 아픈 부모는 혼자 생활 할 수 없고 케어가 필요하다.
그런 부모를 사랑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다.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이 책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뇌경색으로 쓰러진 어머니,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케어하며 겪었던 상황과 심정들을 이 책으로 옮겼다.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는 갑자기 뇌경색으로 입원을 하게 된 어머니를 간병하게 된다.
어머니 곁에 붙어 하루에 18시간씩 케어했다는 자체도 대단했다.
직업 특성상 그럴 수 있었다고는 하나 누구나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그건 절대 아니다.
그리고 입원한지 한 달 만에 뇌경색이 재발되어 의식을 잃으신 어머니 곁을 지켰던
'기시미 이치로'의 마음을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움직일 수도 없고, 의식도 없는 어머니.
의식 없는 어머니의 하루하루는 의미 없는 것일까?
아니다. 숨이 붙어 있는 한,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힘이 된다.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돌아가시고 한참 후
'기시미 이치로'의 아버지가 치매를 앓게 되었다.
이번에도 '기시미 이치로'는 아버지를 직접 케어한다.
아버지의 집에 가서 식사를 챙겨드리고, 하루 종일 아버지 집에 머문다.
그곳에서 아버지와 무엇을 한다거나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의 집에서 글을 쓰거나 일을 하는 '기시미 이치로'다.
그러면 아버지는 혼자서 멍하니 밖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거나 잠을 잔다.
어느 날 '기시미 이치로'는 아버지에게 '하루종일 잠만 주무시니까 제가 안 와도 되겠네요'라고 말한다.
그 말에 아버지의 대답은 '네가 옆에 있으니까 안심하고 잠을 자는거야'라고 답했다.
이 부분이 마음에 확 와 닿았다.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가족이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정말 중요한 사실이다.
이 책을 읽고 부모님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건강하시지만 혹시나 부모님이 아프시게 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나를 돌봐주고 챙겨주는 부모님의 모습이 아니라
이젠 늙고, 병들수도 있는 부모님의 모습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들을 분명히 구분하는 연습을 해야 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건강하시다면 참 이상적이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혹시라도 부모님이 아프시게 되더라도 절망하지 않고 그 모습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해야겠다.
부모님 건강하실 때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야겠다.
나중에 부모님이 나와 함께한 기억들을 잊으신다고 하더라도
그 함께한 시간들이 없어지는 것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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